자전거 이용자 10명 중 9명 '안전모 착용 경험 無'···무용지물 된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

입력 2019-07-16 15:05   수정 2019-07-17 14:56


-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 처벌 조항 없어 실효성 논란 

-서울시 “안전모 강제 착용은 또 다른 부작용 생길 수 있어”






△지난해 신설된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 규정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하민 대학생 기자] 지난해 9월 28일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자전거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안전모를 쓰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처벌 조항이 없어 그 효력이 미미한 데다 법으로 의무화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글폼을 통해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자전거를 이용한 165명 중 안전모 착용 경험이 없는 사람이 145명(87.9%)에 달했다. 특히 전체 자전거 이용자 중 교통수단을 목적으로 이용한 비율이 67.9%로 가장 많았고, 이들 중 92.7%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 생활형 자전거 부문에서 안전관리가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에 안전모 착용 의무화 규정을 몰랐다는 시민도 있었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역 지점의 공공자전거(일명 페달로)를 이용한 직장인 이준영(가명) 씨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자전거에 탑승했다. 이 씨는 “안전모 착용 의무화 규정이 시행된 지도 몰랐다”며 “처벌 조항이 없다 보니 사람들에게 크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체 설문에서도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 규정을 아는 비율은 26명(15.8%)에 불과했다.



△한 시민이 안전모 대신 선캡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 있다.

안전모 착용 강제하면 자전거 이용자 줄어 

안전모 착용 의무화 규정이 유명무실해지자 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생활형 자전거 이용자들은 더욱 그렇다. 이미 지난해 서울시가 실시한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 설문조사에서도 총 2903명이 참여해 2537명(88%)이 반대 의사를 표한 바 있다. 평소 자전거를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 김지연(가명) 씨는 “자전거의 장점은 언제나 편하게 쓸 수 있는 이동수단인데, 부피가 큰 안전모를 의무적으로 들고 다니기엔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처벌 조항도 없는데 굳이 만들어놓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법안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선 외관상의 이유로 안전모 착용을 기피하기도 했다. 대학생 김모 씨는 “안전모의 외관이 일상복과는 많이 안 어울리기도 하고 한 번 쓰고 나면 머리 스타일이 다 망가진다”며 “일상생활에서 광범하게 쓰일 수 있도록 디자인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자전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자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 자전거정책과 관계자는 “안전모 착용이 머리보호에 분명 도움이 되지만 법으로 강제하게 되면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라며 “이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경계심을 낮춰 자전거 이용자들에 대한 또 다른 안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의 2013년~2017년 자전거 사고 유형에 따르면 ‘자전거 대 자동차’ 사고 비율이 75.5%였다. 차와 자전거가 부딪치는 사고가 대부분인 만큼, 자동차의 경각심 저하를 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 관계자의 주장이다.

국내 자전거 단체인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도 레저를 즐길 목적으로 빠른 속력을 낼 때는 안전모를 꼭 써야 하지만, 시속 10km 이하로 짧은 거리를 오가는 생활형 자전거까지 안전모를 강제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자발적인 안전모 착용 문화 만들어야

위와 같은 안전모 착용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자전거 이용 감소의 우려로 현 규정에 처벌 조항을 넣기는 쉽지 않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도 “현재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 규정의 개정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전모가 자전거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실험결과, 안전모를 착용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머리 상해 수치가 8~17%로 줄어들었다. 보건복지부의 2012년~2016년 통계에 따르면 자전거 사고로 인한 응급실 내원 환자 중 머리 부상이 38.4%로 가장 많아 안전모 착용만으로도 부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안전모 착용 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시민들 스스로 안전모를 착용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의견이다. 서울시 자전거정책과 관계자는 “안전모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착용하게 해야 자전거 이용의 활성화와 안전 모두 실현할 수 있다”라며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안전에 대한 의식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도 “안전모 착용 장려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어 “미취학 아동부터 노년층까지 자전거 안전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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